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비가 오고 난 뒤.
봄날의 아침 은 찬란하다.


아이들을 등교시키고 나면
신호등을 기다리며 마주하게 되는,
매화.

아침 햇살을 받아
더욱 더 기운차게 피어나는,
나는 너를 닮고 싶다.




점심을 먹고
한없이 가라앉으려는 몸뚱아리를 끌어올려
도서관에 다녀왔다.


비가 온 뒤라 하늘은 파랗고
바람은 살짝 차가웁지만,
기분은 좋았다.


아직 하나도,
피지도, 맺히지도 않은 벚꽃들이
언제나의 봄처럼 피어날 상상 을 하며
황홀한 언덕 그림을 구상 한다.


나의 구상이 현실로 실현되는 과정에서
어떻게 어그러질지는 알 수 없으나.

상상만으로도.

구상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.

몸과 마음이 벅차 올라,
이내 터져 버릴 것만 같다.




공기가 맑을 때 환기 를 해야지.


아무 생각 없이 베란다 창문을 여는데,
동백나무 화분이
미묘하게 달라졌음을 발견했다.


유독 나뭇잎이 많이 돋아난 가지에서
나뭇잎 사이로 빼꼼.
동백꽃봉오리 가 돋아난 것이다...!


보성에서 요 동백나무 화분을 받아온지도
1년 반 남짓 되었을까.

바깥에서 자라야 할 나무를
화분에 옮겨 심고,
그것도 아파트 베란다의 햇빛만으로
만족하게 했으니...


크게 잘 자라지 못하는 게 내내 미안했는데,
그래도 네 나름대로
열심히 노력하고 있었구나!


이렇게, 열심히...!
기어이 너는 꽃을 피워내는구나!ㅠㅠ




저녁을 만들기 위해
애호박을 써는데,

애호박을 썰 때 나는 냄새
나를 깊이 위로해주었다.

호박 특유의 풋풋하면서도
어딘가 입맛을 돋우는 냄새.

그립고, 그리운
그런 냄새.




저녁 메뉴는 떡만둣국.


만두를 넣고 같이 끓이면
가끔 터지기도 해서,
만두는 그냥 전자레인지에 돌렸는데.


지난 번에도 그랬던 거 같은데ㅠ
요번에도 욕심이 과했다...ㅠㅎ

적당히 돌리고 필요하면
또 돌리면 될 것을,

한 번에 푹 익히겠다고
실리콘 덮개를 덮고
전자레인지를 오래 돌렸더니...


만두가 이렇게
짜부(?)가 되어버렸다😂


그래도 맛은 변함이 없는 터라,
다행이 아이들도, 남편도
잘 먹어줌 ㅎㅎ




두 아이들이
갔다.

정확히 말하면
잘 키워줄 다른 주인에게
보내준 거지만.


이 허하고, 미안하고, 씁쓸한 마음은
쉬이 주체가 되질 않았다.


파충류 동반자 를 통해 남편이 데려왔던
두 마리의 피그미 다람쥐
어젯밤, 잘 키워줄 다른 분에게 보내주었다.

케이지랑 사료,
구비해두었던 필요한 물품들까지 다 같이.


계기는 다가올 4월에 떠날
8박 9일 오키나와 여행  준비를 하면서였다.

이 아이들을 어째야 하나,
돌볼 사람을 구해봐야 하나
어째야 하나 알아보게 된 것이지만.


남편도 나도
키우는데 버거움을 느끼고 있었기에,

어쩌면 잘 키워줄 주인을
알아보는 방향으로 튼 것인지도 모르겠다.


두 아이는 어쩌면
새로운 주인을 만나 더 잘 지낼지도 모른다.

그 분은 이미
피그미 다람쥐 한 마리를
키우고 있다고 했으니까.

키우는 요령도
어쩌면 우리보다 더 잘 알지도 모른다.


그럼에도...


그간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하고,
아쉽고.
슬픈 감정은 쉬이 사라지지 않았다.


함께 한 시간은 1년도 되지 않는데,
그간 알게 모르게
정이 많이 들었나보다.


하기야 얘네들이 케이지를 탈출해서,
집안 구석구석 찾느라 고생했던 적도 있으니,
정이 안 들 수도 없었을 것이다.


...
초반에는 핸들링 하겠다고
얼마나 자주 이 아이들을 품고 있었는지...


그러나...
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다.

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했고,
부디 그곳에선 더 행복하고, 즐겁게,
잘 지낼 수 있기를 바란다.


잠시나마 함께해서, 고마웠어. 얘들아.
부디 잘 지내길.

리리, 라라.